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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주기행 (복수극, 모성, 연기앙상블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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복수극이라고 해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만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갔다가, 나오면서 말을 잃어본 적 있으십니까. 저는 <경주기행>이 딱 그랬습니다.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은 네 모녀가 봉고차에 범인을 싣고 경주로 향한다는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요즘 유행하는 사이다 복수 오락영화를 떠올렸는데, 실제로는 전혀 달랐습니다. 복수극이라더니, 실제로는 다른 영화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수를 소재로 한 장르 영화라고 하면 관객의 기대는 대체로 비슷합니다. 악당이 확실하게 응징받고, 피해자 가족은 눈물을 닦으며 속 시원한 결말을 맞이하는 것. 저도 솔직히 그 기대를 품고 자리에 앉았습니다. 그런데 영화가 흘러가면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자꾸 꺾이는 게 느껴졌습니다. 피카레스크(picaresque)라는 장르 개념이 있습니다.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이 사회의 틈새를 헤집고 다니며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인데, 악당이 서사를 주도한다기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뭉개진 인물들이 불완전하게 움직이는 이야기입니다. <경주기행>은 이 피카레스크 구조를 가족 복수극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. 엄마 옥실과 세 딸이 꾸미는 복수 계획은 처음부터 삐그덕거리고, 허술한 부분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옵니다. 그 어설픔이 오히려 인물들을 더 실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. 후반부에 옥실이 범인 백상현을 자기 허리에 칭칭 동여매고 산꼭대기로 기어올라가는 장면은 제가 올 한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 숏 중 하나입니다. 통쾌하지 않았습니다. 그 몸짓은 분노보다 처절함에 가까웠고, 어딘가 종교적인 숙연함마저 감돌았습니다. 그 장면 하나로 영화 전체의 무게중심이 어디 있는지 짐작이 됐습니다. 모성이라는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 이 영화를 두고 모성과 가족애를 다룬 작품이라고 말하는 시각이 많습니다. 어느 정도는 맞습니다. 하지만 저는 그 표현이 조금 조심스럽습니다. 옥실이라는 인물은 단순히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이미지로만 설명하기에는 너무 ...